뜨거운 날씨에 걷는 길이 많이 힘들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녹나무 꼭대기 방에 천천히 머물다가 가세요. 여기 누운 상태로, 탐험의 처음으로 돌아가보는 방법도 추천합니다. 그게 아니면 아래 레퍼런스에 관한 글을 읽어도 좋고, 그냥... 이끼의 노래를 들으며 누워 있어도 좋습니다.
어떤 익숙한 경로를 바꿔보는 하루가 되시길.
감사합니다.
credit
작, 구성, 연출 이혜령
기획 손톱
소매틱 움직임 및 구성 협력 최희범
목소리 송하늘
노래 이끼
어시스턴트 임초이
운영 지원 김우경
오브제 김종임 임초이
홍보 이희민
기록 사진 스튜디오 마스
공간 도움 최동이, 다이브인 연남
연계 워크숍 또느질, 온몸희범
사운드 관객이 공연 중 녹음
기획, 제작 제너럴쿤스트
후원 서울문화재단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reference
돌멩이 줍기 클럽 개별 멤버들의 탐험과 기획은 다양한 책과 인물, 사례를 참조해 창작되었습니다.
작두콩의 보고서는 2022년 거리예술·서커스 창작지원사업-리서치 분야 프로그램의 결과발표로 수행된 렉처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했습니다. 2023년 3월 구글이 갑작스럽게 스트리트뷰 어플리케이션 사업을 종료함에 따라 작업의 방향이 수정되었습니다. 지도와 탐험에 집중하며 어플리케이션의 작동방식에서 비롯된 '나쁜 탐험가'라는 이름 대신, 탐험하기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인물들의 조합으로서 '돌멩이 줍기 클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썼습니다.
오이는 올리비아 랭의 <강으로>를 읽고 물길을 따라 가는 올리비아 랭과 버지니아 울프가 취하는 고독에 대한 입장을 배우며 썼습니다.
풍선을 매단 투명인간의 모티프는 하지에 고사리를 몸에 지니면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오래된 미신을 차용해 만들었습니다. 온라인 지도 속을 걷는 증강현실의 이미지를 떠올리다가 둥둥 떠다니는 풍선과 함께 걷는 투명 인간 탐험대가 생겨났습니다. 풍선은 공연 사용 직후 바로 폐기하지 않고 공연과 고무줄 등으로 재사용할 예정입니다.
파뿌리는 이얼 프레스의 <더티 워크>를 읽으며 교도관들이 클럽의 멤버가 된다면 어떤 탐험이 가능할지 상상하며 썼습니다. 시각적이고 물리적인 매체로서의 지도가 시간성을 가지게 된다면, 새로이 감각될 탐험이나 지도의 다양한 가능성이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도심 속의 공원 공간은 특히 여러 측면에서 효과적인 곳이었습니다.
죽순은 앤디워홀에 관한 올리비아 랭의 글을 <외로운 도시>에서 읽고 썼습니다. 휴대폰이 더이상 일상에서 따로 뗄 수 없는 것이 되었는데도 마치 진정한 무엇인가를 위해서는 종이와 펜만을 들어야 할 것 같은 관념, 진짜 탐험을 위해서는 휴대폰을 꺼야 한다는 인식에는 휴대폰이 가져오는 끝없는 연결에 대한 거부감이 깔려 있습니다. 그러나 앤디워홀이 카메라와 녹음기를 쓰는 방식에서 여러 사람들 속에서 혼자 있고 싶을 때 휴대폰의 스크롤을 올리던 저를 발견했던 거 같습니다. 녹음과 함께 사진 찍기를 통한 고독도 장면에 넣고 싶었으나 수정 과정에서 빠졌습니다.
원래는 한강공원에서 공연을 하려고 했는데요. 제작 진행 중에 잇따른 폭우로 사고가 많아 비로 지반이 약해진 한강이라는 공간이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한강 공원 중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곳을 찾아 '녹나무의 꼭대기 방'과 같은 자리를 만들고자 했으나, 마지막에는 신림동 공원의 강간살해 사건으로 사람이 없는 곳에 관객을 보내는 일이 범죄처럼 느껴졌습니다.
경의선 숲길 공원은 그런 면에서 아주 안전하게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장면을 만들기에 이 곳에는 금지가 너무 많았습니다. 안전과 금지에 대한 사유가 하나의 탐험이 되었습니다. 이는 안팎의 인스타그램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끼의 노래는 공원을 산책하면서 들었습니다. "이야기는 나보다 멀리 가네"는 특히 이야기가 떠나가는 이미지가 그려져서 무척 좋았습니다. 노래를 부르며 걷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의 노래는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생강과 납작 복숭아가 제안하는 공원에서의 수행들은 이야기를 듣거나 읽는 것으로는 감각할 수 없는 몸의 상태를 면밀하게 만들고 또 다르게 느껴지게 합니다. 온몸희범의 워크숍에서 경험한 것들이 공연 속에서도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마지막에 몸의 지도를 그리는 스코어 또한 온몸희범이 썼습니다. 혼자서 떠나는 탐험이라는 키워드로 소매틱 움직임을 제안해달라는 요청에 그가 지도를 그려내는 방식은 이 공연에서 제가 가장 아끼는 장면입니다. 그 지도 덕분에 녹나무와 송로버섯이 어떤 존재인지 쓸 수 있었습니다.
워크숍은 또느질 클럽도 함께 했는데요. 한강에 돗자리를 펴고 각자의 탐험을 위한 보따리와 조각보를 관객이 스스로 또는 함께 만들면 좋겠다고, 바느질이 만들어 내는 명상의 시간을 담고 싶었으나 장소가 바뀌는 과정에서 일부 사용이 제한되었습니다.
구글 지도의 스트리트뷰 속에서 연남동은 지금처럼 상업 공간이 대거 들어서기 직전의 모습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마치 실시간의 거울 세계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동떨어진 시차를 가지고 있어서 실제 공간에서 스트리트뷰로 공간을 다시 둘러보는 일은 과거의 공간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가상현실체험과 같은 느낌마저 만듭니다. 구글 스트리트뷰 속 연남동은 2018년 4월에 멈춰있습니다.
현대 빌라를 개조한 다이브인의 옥탑이 가진 사이에 낀 듯한 공간의 이미지가 세계와 세계 사이의 경계라는 공연의 시공간을 설정하게 해주었습니다.
돌멩이 줍기 클럽의 탐험에 관해서는 여러 자료를 읽으며 도움을 받았지만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되는 관점은 캐시 박 홍의 <마이너 필링스>와 일라이 클레어의 <망명과 자긍심>, 브루노 라투르의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와 키티 크라우더의 <밤의 이야기>, 그리고 록산 게이의 <나쁜 페미니스트>에서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