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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0. 동시대
나
그래도 좋은 시절이었죠?
순이
그럼요. 누군가에게는.
나
선생님에게는 아니었나요?
순이
(돋보기 안경을 만지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질문인가요?
나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있으세요?
순이
그건 불가능한 일이죠.
나
한 시대를 지나온 선배로서 젊은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순이
왼쪽으로, 왼쪽으로 같은 방향을 선택하지 마세요. 제자리로 돌아오는 길을 기억하느라 힘을 쏟지 마세요. 길을 외우지 마세요. 예측하지 마세요. 오른쪽이라고 하면 왼쪽으로도 가고, 왼쪽일까 싶을 때 오른쪽으로도 가세요. 막다른 길이 나올 때까지 앞으로 앞으로 가고, 계단이 나오면 오르고,
큰 길이 나오면 건너세요.
장면11. 나의 분신
'나'는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
운명감정소 앞에 놓인 분신을 하나 집어 든 후,
주머니에 넣거나
손바닥으로 감싸 쥔다.
행진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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