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장소     을지로 4가 어느 골목
시간     주말을 맞이한 초봄

막이 오르기 전, 시대를 특정할 수 없는 을지로 골목길에서 옅은 소음이 들려온다. 흰색 종이 포스터가 벽에 붙어 있다. 포스터에 새겨진 QR코드로 접속한 참여자 ‘나’ 는 골목 안쪽을 한번 바라본다. 멀리 〈전통맛집〉, 〈진원정밀〉, 〈은성정밀〉 등의 가게가 보인다.

가까이로는 선명한 색이 조금 지워진 그래피티, 뒤집힌 수레, 천막, 귀퉁이가 젖은 채 쌓인 상자, 기와 지붕이 부서진 흔적, 창문 앞에 녹슨 창살, 혹은 짐을 싣기 위한 트럭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주말까지 일이 밀렸다면 제작한 철제 구조물을 나르는 사장님들이 있어 오토바이나 트럭을 신경 써야 한다. 

 

겨울을 떠나 보냈으나 아직 도착하지 못한 봄은 애매한 온도의 공기로 가라앉아 있다.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과 나태함이 떠도는 오후이다.

 

‘나’는 지도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