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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무들의 집 The house of we trees

나에게 나무들의 집이 어디냐고 물어 준

​봄과 하늘에게

Since 2022 | generalkunst Presents | Protest Fairy Tale : PicketLine Series

  • <우리 나무들의 집>은 어린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개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위 동화'입니다. 
    알 코드 속 화면을 옆으로 넘기며 읽고 듣고 나무 아래 머무는 일에, 별도의 규칙은 없습니다.
     

  • 그러나... 자유로운 관람이라는 말이 대개는 하나도 자유롭지가 않아서 간단한 팁제안합니다. 

Guide for the performance

  • 소리내어 (누군가에게) 읽어주세요! 
    곁에 있는 이에게, 혹은 자기 자신에게
    ​각자의 소리와 크기로.

  • 헝겊책 그림과 웹페이지 이야기는
    각각 따로 보시기를 권합니다.
    ​순서는 상관 없어요!

Credit

글,그림,바느질 이혜령 | 기획 전기수 | 오브제 제작 김종임 | 웹 시소이 | 노래 이끼 | 스페셜 땡스 투 프로듀서 조영선 

물론 크게 궁금한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미 이들의 존재를 알아버렸다면,

돌이키기는 어렵습니다.

흰 친구들을 발견하셨군요.

그리고 이게 무엇인지 조금은 궁금하시군요. 

뭘 모르는 사람들은 이들을 보고 너무 귀엽다고 말하지만, 오늘 여기 보이는 친구들만 해도 조금씩 다르게 슬픕니다. 자리를 잃은 자의 슬픔, 자리를 잃는 것이 두려운 자의 슬픔, 잃은 자리의 역사가 그리운 자의 슬픔, 상실의 슬픔에 빠진 이를 바라보는 슬픔… 

그러나 사람들은 그들의 슬픔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 사실이 이들로 하여금 말없이 시위에 나서게 했습니다.

읽으며 읽어주며

희고 푸근하고 가엾은 친구들의

​친구 되시길.

오늘의 이야기는, 이들이 침묵 시위에 나서기 전에 전해준 이야기입니다.

읽으며 읽어주며
희고 푸근하고도 가엾은 친구들의
친구 되시길.

여기서 출발하면 기차로 2시간을 칙칙폭폭

역에서 내린 후 자동차를 타고 다시 1시간을 부릉부릉 

차에서 내리면 다시 2시간을 뚜벅뚜벅

그렇게 해야 도착하는 깊은 산 속에서 시작된 이야기란다. 

위나무는 그 숲에서 태어나고 자랐어.

“안녕, 안녕, 안녕”

위나무는 만나는 모든 종들에게 인사했어.
그리고 나서는,

 

어디에서 왔고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때에 행복한지 물었어.
 

함께 살고 있는 친구들에 대해 알고 싶었거든.

고사리, 하늘 다람쥐, 양떼 구름, 단풍나무, 소나무, 이슬비, 애벌레, 사향 노루, 두더지, 솔나방,                 그리고 사람들

위나무는 뿌리만 단단해질 뿐 어디도 갈 수 없다는 사실에 조금 실망했지만
100살이 되기 전에 희고 통통한 분신을 만드는데 성공했어

“안녕, 만나서 반가워”

위나무의 분신은 달이 뜨는 밤마다 마을에서 얻어온 이야기를 위나무에게 들려주었고
위나무는 그 분신에게 ‘우리’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단다.

가끔 그 우리를 봤다는 마을 사람들이 
우리를 잡겠다고 쫓아오다가 
골짜기에서 영영 길을 잃었어

우리를 봤다는 사실을 비밀로 지켜준 어린이들은 
우정의 증표로 주먹만한 솔방울을 받았어

매일 밤마다 마을과 숲을 오갔지만,
우리는 마을보다 숲을 더 좋아했고, 
무엇보다 위나무 곁에 머무는 게 좋았어 

“위나무야, 나는 마을에 가고 싶지 않아.
거기에서 친구를 찾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야.”

“하지만 우리야. 
땅에 뿌리내린 내 모습을 봐
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사람들이 궁금해

 

마을에 가서 친구들을 사귀고, 
내 이야기를 그들에게 전해줘”

 

우리는 위나무의 바람을 품고 
밤의 마을로 내려갔지만
지하철은 너무 빠르게 지나갔어

모든 집은 쇠로 만든 문을 열지 않았고

어른들은 너무 지쳐보였어

우리는 숲 속의 위나무를 닮은 나무 아래에서
위나무의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를 기다리기 시작했어

사람들이 너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는 말을
위나무에게 전할 자신이 없었거든

 

그리고 여기에,

아직

우리가 있어 
 

친구가 될 친구를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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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우리들에게

 

안녕, 매일 만나는 사이인데도 인사가 늦었어. 미안해.

 

너희에게 말을 붙이기에는 조금 늦어버렸지만, 

우리도 늘 너희와 같은 마음이란 걸 알게되면 좋겠어

친절한 우리의 친구 이끼가 부르는 노래를 보낼게

너희가 매일의 생일을 노래 없이 보내고 있다는 얘길 들었거든

 

이 노래를 들으면서 너희 생각이 났어,

매일 새싹을 내며 태어나고 다시 마른 잎과 가지를 떨어뜨리는.

부디 침묵이 끝날 때 노래가 시작되길 바라.

고마워.

사랑을 담아, 10시의 햇살 씀

PS. 그리고 시위에는 언제나 노래가 필요하잖아.

이끼의 노래

옛날 옛적, 아주 깊은 숲 속.

구름처럼 생긴 구나무 아래에는 

구나무의 분신인 첨벙이 살고 있었어

첨벙도 구나무를 닮아서 

구름처럼 희고 둥글고 포근했지

숲 속에는 사람들이 찾아와 함께 살기 시작했어  

물론, 소똥구리와 사슴벌레, 곰보버섯, 보름달, 북서풍, 쇠족제비, 담비, 저어새도 함께 살았지만,

 

나무들과 사람들은 서로를 가장 아끼는 친구 사이였어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 흘러

마을은 조금씩 더 커졌어

학교와 문구점과 학원과 놀이터도 생기고 

백화점과 놀이동산도 생기고 

호텔과 스카이라운지와 카페도 생기고 

고층 빌딩과 사무실과 쇼룸과 미술관과

극장과 영화관과 나이트클럽이 생겼어

신호등과

아스팔트 도로와

보도블럭도 생기고

주차타워와 자동차와 다른 주차타워도 생기고

아파트도 생겼어

다른 아파트

그 옆에 아파트

다른 아파트

그 자리에 살던 나무들은 뽑혀나가고

언젠가 구나무도 베여나갔지만

첨벙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어

사람들은 수십년이 지나도록 숲에 머문 첨벙을

귀여운 첨벙 할머니라고 불렀지

그러던 어느 날, 방송국에서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찾아왔어

"숲의 변신을 가장 오래 지켜본 소감을 들려주실래요?!" 

할머니는 대꾸하지 않았어

사람들은 푸근하고 둥글둥글한 모습이 귀엽다고 말했지만

할머니는 웃지 않았어

말하지도 웃지도 않는 할머니를 안아주는 건

아이들이었어.

아이들은 잔디밭에서 뛰어 놀다가

첨벙 할머니를 간지럽히기도 하고 

표정을 따라하기도 하며 놀았어

그럴 때마다 어른들이 차례로 외쳤지, 아주 큰 소리로!

“옷을 더럽히지 않게 조심해!”

“넘어져서 다치지 않게 조심해!”

 

그러면 첨벙 할머니는 어른들을 향해 솜털 같은 꽃가루를 잔뜩 날린 후,

뒤돌아서 우리에게 마른 잔디를 뿌리곤 했단다

아이들과 첨벙 할머니는 잔디가 범벅이 된 채로 깔깔대며 웃었어

아이들이 떠나면 첨벙 할머니는 다시 나무 아래에 웅크리고 엎드렸어

해가 지고 깜깜한 밤이 올 때까지 그렇게 있었어

사람들은 그 모습도 귀엽다고 말했지

밤이 깊도록, 해가 뜰 때까지, 

잔디가 축축해지도록 울었다는 건

오직 아이들만 눈치챘지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햇빛을 데리고 와서  

첨벙 할머니를 두 팔로 꼭 안아주거나

간지럽히고

쓰다듬어주었어

어느 날, 아이들이 용기를 내어  

첨벙 할머니의 귀에 대고 물었어

“할머니, 무서운 꿈을 꾸나요?”

“눈물을 닦아줄까요?” 

“내 사탕을 나눠 줄까요?”

첨벙 할머니는 아이들의 질문을 받고 무척 기뻤단다.

그건 방송국 사람들의 것과는 달랐거든.

 

그래서 아이들을 품에 안고

대답했어.

“나는 시위하는 중이란다.

우리가 함께 사는 친구 사이란 걸 

사람들이 까맣게 잊은 것 같아서

뭔가 대책이 필요했거든”

“시위가 뭐예요?”

“친구 사이에서는 필요하지 않는 일이지”

무슨 시위가 이렇게 시시하냐고?

무심코 보면 보이지 않지만

조금만 마음을 써서 살펴보면

초록의 피켓을 세우고 있는 수많은 시위대가 보일거야.

나를 등지고 열 걸음 걸어볼래?

조금 멀리로 가서 다시 나를 봐

 

우리는 가만히 있는 게 아니야

우린 귀엽지 않아

우린 아주 진지해

​작가의 글

 

깊은 산속에서만 종종 발견된다고 전해지던 이 희고 큰 친구들이 도심 속에서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해 5월입니다. 한강 변에서 처음 발견된 친구는 산불로 가족과 집을 잃은 친구였습니다. 그는 슬픔에 잠겨 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습니다. 움직일 힘도, 설 여력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소식을 들은 다른 분신들도 그의 곁으로 왔습니다. 아시다시피 나무는 친구의 통증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종족이니까요. 

저희 집에 있는 어린이가, 다람쥐의 집은, 개미의 집은, 강아지의 집은 어디냐고 묻다가 나무의 집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제가 답을 고민하는 사이, 우리는 모두 나무들의 집 안에 집을 짓고 살고 있다고, 모두가 나무와 같이 살고 있다고, 자신의 답을 내놓았습니다. 

이야기 속 사람들과 나무들은 지구라는 하나의 집에서 함께 사는 친구들입니다. 함께 사는 관계라면 마음을, 특히 아픈 마음과 축하하는 마음을 나누는 사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과 친구가 그러하듯이요. 단순하게 나무가 있던 자리를 뺏으며 지구를 망치지 말자는 얘기를 하려던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 먼저 나무의 통증을 내 것과 다르지 않게 여길 바랍니다. 매일 죽을지라도 매일 태어나는 생을 축하하는 노래를 함께 부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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