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머 관람객 분들께
안녕하세요. 이혜령이라고 합니다.
처음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토요일에 예정된 퍼포먼스 <유령 없음>을 쓰고 준비하고 있는데요. 그러는 내내 퍼포머 관람객으로 오시는 분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너무 수차례 떠올린 나머지, 뵙기도 전에 편지를 쓰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선, 함께 해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토요일에 오시면,
저는 여러분께
‘엷은 말 대본’을 드릴 것입니다.
말 그대로
엷은 천조각에
흐리게 쓰인 말들입니다.
여기,
우리가 전할 말들이
담겨 있습니다.
목소리가 되어 그 엷은 말을
전달하는 게
우리의 역할입니다.
우리는 다른 관람객들을 대리해
그들의 말을 전하는
목소리가 될 것입니다.
우리 목소리가 하는 것은,
연기나 낭독이 아니라
오히려 대화에 가깝습니다.
낮은 목소리로,
속삭임으로,
귓속말로
이야기를 나눈다고
생각해주세요.
우리가 말을 하면,
이를 듣는 이들은
움직임으로 답할 것입니다.
목소리가 된 우리도
움직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움직입니다.
미술관에 온 사람들의
목소리가 움직이는 방식을
생각해보세요.
조심하는,
지연되는,
직진이 아니라
옆을 향하는 말과
주변을 보살피고
돌보는
움직임.
미술관을 찾아온 관람객들이
낮은 목소리와
느린 움직임을
선택하는 것은
미술관과 작품들의 에너지에
눌려서인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사실 반대입니다.
그것은 존중하는 이들의
움직임입니다.
이 속삭임은
서로를 돌보는
낮은 목소리.
서로를 존중하며
아끼는 사람들만이 내는
엷은 목소리.
곧 뵙고
함께 그런 소리가 되어보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 추신 *
뭘 하게 될지 몰라, 혹은 대본을 들고 있는 사이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걱정스러우신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진행 중 잘 모르겠거나 당황스러운 때, 또는 궁금한 점이 생길지도 모르지요.
그러면 그냥 아무때고
저에게
천천히 다가와
귓속말로 물어보시면 됩니다.
우리 목소리들에게는
실수도 성공도 없고,
완성도 실패도 없습니다.
그저 당신 자신으로 오셔서
잠시 미술관을 보살피는
관람객들의 대리인이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한 마음을
마음 다해,
다시 전합니다.
토요일에
봬요!
이혜령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