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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etline

 temporary palace 

​아주 작은 천뭉치가 돌돌 말려 있다가

말랑하고 연한 부분을 찾아 힘을 쓰더니

손 비슷한 것을 찾아

작은 피켓을 든다. 

작고 조금 이상하고 가볍고 연약한 인형은

작은 시위대를 이루고

단단하고 크고 대단하고

오래된 성벽 아래에 숨어든다.

못생기고 부드러운 것이

얼마나 힘이 센지,

우릴 본 사람들이 알아챌까?

비와 바람을 맞거나 9월 햇살에 누렇게 변하는 동안,

행여 넘어지고 옮겨지고 사라져도,

시위는 계속될거야.

보이지 않아도 우린 어디에나 있다네.

피켓라인 임시궁궐

이혜령

경기도 경기도문화재단 수원시 수원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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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다 바뀐 것 같죠? 사실 바뀐 건 없어요. 잘 생각해봐요. 전이나 지금이나 힘든 건 여전히 힘들고 좋은 건 여전히 좋으니. 

​가끔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겠다고 생각하는데, 따지고보면 바뀐게 없기도 하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일하고 퇴근해 쉬고 손주들 사진 보고 친구들이랑 문자나 전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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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방법이 없거든요. 젊은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죠? 감사한 마음을 갖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전화를 받고 사무실에서 환자랑 보호자 배정을 받으면 가방이랑 짐 싸가지고 가요. 한 달에 두 번 쉴 때도 있고 네 번 쉴 때도 있고... 백신 맞고 지금은 그래도 마음이 편하지만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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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지만, 인생은 더 길 테니 계속 살아보는 거지요. 

​지금 시국이 이러니까, 뭐가 문제일까 생각하거든요. 제일 문제는 역시 코로나지, 그렇게 생각하게 되요. 손님도 줄어들고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없고.. 그러니까 코로나가 문제구나 생각하면 또 무기력해지는데... 문제가 뭔지 생각하기는 해야하는데 생각한다고 문제가 없어니는게 아니니까.. 하루 하루 버틴다 하루 하루 잘 살자 그렇게 해야하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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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etline 2021 ⓒGenralkunst.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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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사람이 확실히 줄어들죠. 믿을 수 있는 사람,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을 사람만 만나야하는데, 그걸 알 수 없으니까 가능하면 아무도 만나지 않게 되니까요. 

​그런데 그게 불편한 것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일할 때 계속 이용자(환자) 집으로 가고 거기서 24시간씩 머물고 쉬는 날에는 딱 가족들 만나고 그러거든요. 이 일(장애인 활동 보조)을 시작하고 나서는 계속 그렇게 사니까 아주 심플해요. 인생이 단순하고 그게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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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밤샘 근무하고 아침 9시에 퇴근해요. 아침에 환자 살피고 퇴근길에 지하철역으로 가려다가 행궁 안내표지판을 받는데 문득 그날따라 눈에 딱 들어왔어요. 항상 거기에 있었을 텐데. 수원에서 일하면서 한 번도 안 가봤구나. 그래서 그때 처음으로 혼자 둘러봤지요. 코로나도 있기 전인데 정말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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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임신 중에 코로나가 시작되었으니 진짜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고 외출도 안하고 답답했는데 사실 첫째 낳고 조리원있다가 집에 와서 내내 집에 있던거 생각 많이 했거든요. 그때도 외출은 너무 어렵고 힘들고. 

​새벽에 수유하다가 잠을 못들고 까만 가운데 누워 있으면 계속 이렇게 똑같이 돌아가는 시간이나 그 시간에는 어디 연락할 곳이 없다는 사실이나 그런 걸 생각할 때 외로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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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켓라인》은 2018년 시작한 연작 프로젝트이다. 거리라는 장소를 극장의 바깥이자 반대항으로 인식해온 틀에서 벗어나 거리의 고유한 장소성에 주목하기 위해 시도한다. 거리를 열린 공간, 공공공간으로 보는 시선의 낙관성을 제거하고 그곳으로 출발하거나 도착할 수 없는 이들에 주목한다. 

시위는 시스템의 균열과 구멍을 지적하며, 사태를 수습하는 방식으로서가 아니라 바꾸기 위해 발언하는 거리의 말하기 방식이다. 이 작업은 시위라는 발하기 방식을 차용하되 여전히 균열이나 구멍으로 남은 이야기를 다룬다. 시위의 구호가 되지 못했거나 구호가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여겨진 것들ㅡ한숨, 노래, 눈물, 표정, 심기 등을 관찰하고 해석해본다. 

 

《피켓라인:임시궁궐》은 그 연작 프로젝트의 하나로 2021년 9월 20일부터 30일까지 열흘간 수원 화성 화서문과 장안문 사이길 위에서 이뤄진다. 

 

전염병 재난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는 가운데 과거의 일상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지만 모든 것은 임시일 뿐이다. 코로나 임시 선별진료소, 임시 생활시설, 임시 폐쇄, 임시 차단, 임시로 이뤄진 삶 속에서 조금만 참으라는 명령과 조금만 참자는 독려가 이어진다. 그리고 과거의 일상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비대면과 거리두기의 시대가 과거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들이 있다. 

 

행궁은 왕이 여러 가지 이유로 한양의 궁궐로 떠났을 때 임시로 머무는 별궁이다. 행궁은 복원된 화성행궁을 제외하고는 현재 제대로 남아있는 것은 거의 없지만 기록에 의하면 옛날 조선에는 수많은 행궁이 있었다. 임시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이 불편한 삶을 떠나 머물 임시궁궐로서의 시공간을 상상한다. 그것은 과거의 일상이다. 마스크만 벗을 수 있다면 충분하리라고 말하고, 생각해보면 가장 좋았던 소중한 일상이 있는 시절. 우리는 아주 쉽게 과거의 일상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과연 그 과거는 옳고 마땅한 일상으로 이뤄져 있었을까? 

 

이 작업은 재난 이전에도 이미 재난이었던 삶에 대한 목격담이다. 출산과 육아로 집에 묶인 부모 야간 노동과 주말 노동으로 충분히 쉬지 못하는 이들, 이동이 어려운 환자나 장애인, 그리고 그들의 보호자와 간병인, 새벽부터 밤까지 가게를 지켜야 하는 자영업자 등은 지금의 재난 상황이 초래한 불편을 이미 오랫동안 겪어왔다. 그들의 불편이 코로나19로 인해 더 복잡하고 절박해졌으니, 그나마 나았던 과거의 정상성을 되찾으면 될까? 대답은 지체없이 ‘아니오’여야 한다. 비루한 과거의 정상성으로 돌아가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우리는 매일 배우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기존의 정상성 범주가 탈락시켰던 일상에 주목할 때 재난 이후를 조금이나마 긍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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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가면 될까요?

《피켓라인:임시궁궐》은 장안공원 일대에서 만난 시민들과 나눈 대화의 조각들을 통해 재난 이전과 이후의 사이의 결을 상상한다. 

대화의 주요 질문을 다시 관객에게 드린다.

떠오르는 답이 있다면 아래 양식을 이용해 제출할 수 있으며, #피켓라인 #피켓라인임시궁궐 등의 태그를 이용해 인형 시위대 사진과 이야기를 SNS계정에 공유할 수 있다.

관객들의 이야기는 전시 기간 내에 웹페이지에 추가 게시된다.


문의 generalkunst@gmail.com  |  010-7702-8898 (문자수신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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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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