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간제 거실 작업실 "하루를 미세하게 쪼개 쓴다. 밤이 오면 오래된 컴퓨터의 윈도우 관리 도구 속 '드라이브 조각 모음'을 실행하듯, 낮에 거실 곳곳에 제멋대로 뒹구는 어떤 조각들을 찾아내 이어 붙인다."
2.
진정성 퍼포먼스 Ⅰ
"다르다는 이유로 행해지는 차별이 없어져야 하지만 진정성의 모양만은 다르지 않다고 믿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는 불 끈 방에 있었다. 가만히 손톱만 한 피켓을 만들었다."
3.
21세기 노동자-관객
"그냥 날씨가 좋은 날에 더 많이 달려야 할까, 태풍예보가 있는 날에는 극장에 갈 수 있도록. 귀가 찢어질 것 같은 겨울이 와버렸어. 너는 아직 극장에 도착하지 못했고."
4.
진정성 퍼포먼스 Ⅱ
"단식 11일 차였다. 청문회를 앞두고 자기 자신만을 위한 진정성 퍼포먼스를 마친 변창흠 후보자는 기름진 밥을 먹었을 것이다."
5.
하우스 매니저님께
극장은 끝내 망해버릴 거야, 아름다움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사람들을 쫓아내잖아.
6.
이것은 극장이 아니다
초유의 전염병 사태가 아니었다면 이런 영상 중계는 결코 없었을 것이다. 지금, 여기에, 함께 존재하는 시공간이 곧 공연이므로. 현존의 감각을 빼면 시체라고. 나는 그 시체에 대해서 생각한다.
7.
거리예술, 관객, 접근성
‘예술은 이렇게 좋은 것인데 극장이나 미술관 밖에서도 즐길 수 있어요’ 라고 적당히 대중들에게 안내하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가 속한 세계를 다르게 보고 경험함으로써 이해와 성찰의 힘으로 이어지기는 자리가 거리예술이라고 믿는기 때문입니다.
8.
극장은 아직 데워지지 않았어.
배우와 스태프들은 매일 만석인 공연이 왜 돈을 주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 사태가 극장 밖으로 알려져서는 안된다. 공연은 계속되어야 한다.
9.
빛은 등 뒤에
출입문 옆에 기대어 무대를 보자니 구역질이 났다. 옆에 음향 콘솔에 앉은 음향 감독도, 관객도, 객석 안내원도 모두 규칙을 잘 지키며 운동장에 선 군인들처럼 앞만 보고 있었다
10.
객석 없음 (웹진 춤in / 비평)
교양 없고 산만하고 준비되지 않은 ‘비정상’ 관객에게는 원하는 공연을 원하는 극장에서 볼 권리가 없는가. 이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에게 출근 시간을 피해서 지하철을 타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정치인의 언술과 어떻게 다른가. 혹은 화상이나 부상의 위험을 들어 어린이를 금지하는 노키즈존과는 얼마나 닮았나. 극장은 금지나 통제가 아니라 보완을, 다른 접근을 시도해야 했던 것이 아닐까. 공연예술은 연약하고 다양한 인간 군상을 무대에 올리며 혼란하고 취약한 삶과 시스템을 드러내지만, 실제로도 나약하고 유난한 인간은 관객으로 초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