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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은 연약하고 다양한 인간 군상을 무대에 올리며 혼란하고 취약한 삶과 시스템을 드러내지만, 실제로도 나약하고 유난한 인간은 관객으로 초대하지 않는다.

저의 꿈은 관객이 되는 것입니다 ㅡ 같은 꿈을 꾸었나요?

 

아직은 아니지만 ㅡ 우리는 친구가 될지도 모릅니다

 

저는 앉아 있을게요 ㅡ 당신은 누워도 좋습니다

 

당신이 무엇을 입었든 ㅡ 나이가 어떻든 상관 없습니다

 

저는 왼손으로 악수를 합니다 ㅡ 당신은 저의 악수를 받아줄 수 있나요?

 

당신의 도착이 ㅡ 극장의 증거입니다.

분명 어두웠는데 ㅡ 이제는 밝다

 

어디에 앉기로 정하든 ㅡ 사랑과 온기가 있기를 바라요

​이 세계에 초대받았다면 ㅡ 극장에도 초대받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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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의도

서구에서 극장이라는 말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의 테아트론 theatron 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의 의미는 “객석”이다. 극장이란 무엇보다 보는 곳이고, 이는 보는 이를 전제한다. 늘 중요한 공연의 요소로서 관객을 꼽는다. 그러나 그들의 자리인 객석은 어떤 형태를 하고 있나? 수년에 걸쳐 온 전통적인 공연장에서도, 무대만은 다양한 설비들을 구비해나가는데 어째서 객석의 모습은 변하지 않을까? 객석은 누구를 위한 자리일까?

 

더이상 객석에 앉지 못하는 사람들, 객석에 앉아본 적 없는 사람들, 객석을 상상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관객이 아니다. 이 작업은 그들을 (다시, 혹은 처음으로) 관객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로서 기획되었다. 모두가 ‘관객개발’을 외치는 시대에, 관객 되기를 금지당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객석 수는 극장의 규모를 구분하고, 대극장을 만드는데는 1000석 이상의 객석이 필요하다. 반면 무대의 크기에 관한 기준은 없다. 그렇다면, 오직 객석만으로 이루어진 극장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 공연은 그 아이러니에서 출발해 오직 객석만이 존재하는 대극장을, 아주 얇고 연약한 것들을 펼침으로써 만들어지는 객석으로 채워진 극장을 만든다. 이 자리들은 곧 다양하고 약한 상태에 놓인 관객들을 위한 장소가 되고, 객석으로만 이뤄진 극장이란 곧 관객으로만 이루어진 장소로서 예측된다. 이 도전은 어쩌면 실패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호흡, 관객의 말, 관객의 머뭇거림, 관객의 시선, 관객의 소문으로 출렁이는 대극장 짓기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는 전문 배우도 잘 꾸며진 무대도 없다. 다만 극장을 둘러싼 관계자들 ㅡ 무대 감독, 프로듀서, 하우스 어셔, 그리고 다른 관객들의 안내를 받는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려진 안내가 이끄는 이야기 속에서, 관객들은 ‘관객이 된다는 것’이 갖는 의미를 되짚어보고, 예술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질문한다. 더불어 극장과 똑같이 닮은 사회 시스템 속에서 한 시민으로서 자신의 위치와 세계를 되짚어보는 짧은 시공간을 공유하고자 한다. 

작가의 글

나는 극장종말론자이고, 극장이 이 사회의 축소판이자 은유라면 나는 이 세계종말론자이기도 하다. 종말이 두려워 종말을 말하게 된 종말론자.

극장종말론의 중심에는 고요함이 있다. 시스템이라 불리는 각종 규범 내부에서 그것을 잘 받아들이는 것만이 중요해질 때 발생하는 침묵, 무대의 주장과 건축 양식이 향하는 쪽을 바라만 볼 때의 고요. 종말론자들은 그 침묵을 깨는 괜한 말을 늘어놓는다.

슬픔이나 고통, 상실과 같은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워본 적이 있던가? 그저 그런 건 겪지 않는 게 좋다거나 피하라는 조언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애도의 방법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장례식장 앞에서 추모 방법이나 문구 검색하기를 반복하게 될 뿐이다. 그때에 침묵이 가장 쉬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재난을 거쳐가며 우리는 모두 침묵이 최선의 애도는 아님을 배웠다. 침묵을 깨는 방법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공연일 수 있다고 믿는다. 작고 산만하고 진행형인 이 공연을 찾은 관객들과 함께 옆에서 작게 말하는 소란을 일으킴으로써 애도하고 쾌유를 빌고 이웃의 안녕을 기원할 수 있었으면 했다.

대본함께읽기(연필클릭)

작 구성 이혜령

움직임 최희범

공간연출 신승주

어시스트, 오퍼레이션, 사진 기록, 목소리 출연 임초이

신촌극장 전진모 강수경

​발표자료함께보기 (*공연 종료 후 업로드*

목격담 접수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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